국회자살예방포럼·생명보험사회공헌위, 자살예방 국제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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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세미나는 ‘자살예방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주제로 국립대만대학교 랴오시청 교수와 주한덴마크대사관 매즈 프리보르 참사관, 연세대 정선재 교수와 생명존중시민회의 임삼진 상임이사 등이 발제자로 나섰다.
정선재 교수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의 자살률을 보이며, 고령층·청년 여성 등 고위험군 문제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정부는 자살예방법과 게이트키퍼 교육, 유가족 지원, 디지털 기반 조기 대응 등을 추진했으나, 지역 격차·낙인·예산 부족 등의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임삼진 상임이사는 “높은 자살률 해결을 위해 범정부 차원의 자살대책위원회 설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자살예방포럼은 국회의원들이 나서 국민들의 생명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2024년 9월 2일 창립됐다. 현재 여야 국회의원 27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등과 함께 자살예방 정책 세미나와 국제세미나, 입법 및 예산확보, 제도개선 활동 등을 해오고 있다.
“임신중지는 범죄로 다뤄져선 안 됩니다. 이것은 의료서비스입니다.”
온라인으로 임신중지약 정보 등을 제공하는 국제단체 ‘위민온웹(Women on web)’의 의사 수잔 펠트하이스 박사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말했다. 여성인권을 상징하는 초록색 옷을 입은 그는 “임신중지약은 여성의 안전을 위한 필수적 권리”라고 했다.
이날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등이 주최한 ‘모든 사람들의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 보장을 위한 유산유도제 도입 간담회’가 열렸다. 유산유도제는 임신중지를 위해 먹는 약으로, 한국에선 ‘미프진’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지난달 13일 이재명 정부가 ‘임신중지 약물 도입’과 ‘임신중지 법·제도 추진’을 국정과제로 명시하면서 관련 입법을 통해 이 약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9년 형법상 낙태죄 조항이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이후로 여성단체 등은 미프진을 정식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관련 법이 정비되지 않았다”며 허가를 미뤄왔다. 국회에서도 입법이 되지 않으면서 6년이 지난 지금까지 미프진 도입 등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국가 차원의 의료 정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SNS에선 ‘미프진 구합니다’와 같은 게시글이 꾸준히 올라오는 등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 초청된 펠트하이스 박사는 임신중지약 도입을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한 해 7333만 건의 임신중지가 이뤄지고 있고 이 중 2500만건의 임신중지가 안전하지 않은 방법”이라며 “임신중지약은 여성이 불법 수술 등에 의존하지 않고 안전하게 임신중지에 접근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간담회 자료를 보면 임신중지약을 먹었을 때 과다 출혈 등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은 0.5% 이하라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5년 미프진과 같은 임신중지약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다. 현재 미국·프랑스 등 90여개국에서 임신중지약을 약국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한국에선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보건복지부 장관과 식약처장에게 도입을 권고했다.
펠트하이스 박사는 임신중지를 범죄화하는 사회에선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임신중지가 필요한 사람들은 주로 사회적 취약계층”이라며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 청소년, 실업자 등 임신중지에 대한 정보나 교육·비용이 부족해 치료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제도가 없으면 이들은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로 내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신중지를 범죄로 바라봐선 안 된다”고 했다.
간담회에 참여한 윤정원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이주 여성, 장애 여성 등 제도권 바깥에 있는 한국 여성들에게 임신중지 서비스는 사치제가 됐다”며 “의정 갈등으로 인한 전공의 사직으로 산부인과 진료도 부족한 상황에서 여성들 간에 어떤 격차가 생기는지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정책연구원의 2025년 이슈페이퍼를 보면 임신중지 수술 비용 등은 ‘100만원 이상’이 40%로 해마다 느는 추세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엔 ‘인공임신중절’을 ‘인공임신중지’라는 용어로 바꾸고, 수술에 더해 약물을 사용하는 행위도 임신중지 의료행위에 포함했다. 펠트하이스 박사는 “이런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는 굉장히 중요하다”며 “임신중지는 특권이 아닌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일 “새는 양 날개로 난다”며 “기업, 노동 둘 다 중요하다. 어느 한쪽 편만 있어서 되겠느냐”고 말했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이 ‘반기업법’이라며 반발하는 재계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쇠뿔을 바로 잡으려고 소를 잡는 ‘교각살우’의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에 노란봉투법·상법 개정안 공포 이후 후속 조치에 대해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기업이 있어야 노동자가 존재할 수 있고, 노동자의 협력이 전제돼야 기업도 안정된 경영환경을 누릴 수 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국가성장전략을 주제로 한 대통령과 국무위원의 토론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이 대통령이 미국·일본 순방 이후 경제성장과 민생경제에 방점을 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부처 간 칸막이로 노동자와 기업이 갈등하지 않도록 부처 장관들이 치열하게 토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노란봉투법·상법 개정안에 대한 기업인들의 우려를 전하자 이 대통령은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발언 기회를 줬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전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세상에는 노동과 기업이 공존한다면서 부처 간 칸막이가 생기면 노동자와 기업이 싸우게 되는 만큼 국무회의 자리에서 부처 장관들이 치열하게 토론해 달라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잠재 성장률을 반전시킬 첫 정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정부가 바뀔 때마다 잠재 성장률이 계속해서 떨어져 왔는데, 우리 정부는 이런 흐름을 반전시킬 첫 정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적극재정과 생산적 금융을 양대 마중물 삼아 신기술·혁신지원·규제개혁 등을 포괄하는 범정부 종합대책을 신속히 수립해 추진해야 한다”며 “과감한 해법을 준비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부처별로 준비해 온 성장동력 창출 관련 보고 이후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의 질의 응답이 있었다. 한·미 관세협상 등이 수출에 미칠 영향 등 통상 현안도 테이블 위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미국이 관세를 갖고 압박하는 걸 보니까,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다 보니 그런 것”이라며 ‘수출 품목·국가 다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국무회의는 경제성장 방안과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초점을 뒀지만 이 대통령은 시장 질서에 어긋나는 기업의 ‘반칙’에 대해서는 엄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지난해 체불 임금이 2조원인데, 임금 체불은 노동자 생계 문제일 뿐 아니라 동네 상권에 직격탄을 주고 내수 부진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통계를 보니 체불하던 업체가 다시 체불하는 게 70%라고 하더라”며 “상습적으로 그러면 안 된다. 노예도 아니고 (임금을) 안 주고 버티면 엄벌해야 한다”고 했다. 이주 노동자 임금 체불 문제도 함께 거론됐다. 이 대통령은 “이들이 강제 출국당하면 영영 떼먹을 수 있으니 (업주들이) 일부러 그런다고 하더라”며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임금을 받지 못한 이주 노동자의 출국 보류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중대재해 대책 문제도 언급됐다. 이 대통령은 “요즘 매일 (중대재해 사망 사고) 보고를 받는데, 중대재해의 경우 징벌 배상의 범위를 좀 넓히는 것은 어떤가”라며 관련 부처에 검토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산재 문제로 (건설사의) 임금 체불, 하도급 등을 문제 삼았더니 ‘건설경기 죽인다’고 항의하는 분위기가 있나 보다”라며 “말이 되는 소리인가. 불법과 비인권적 조건에서 건설·산업 경기를 활성화하면 되는 건가”라고 질타했다.
토론 이후 국무회의에서는 노란봉투법·상법 개정안, 방송 3법 개정안 등 5건의 법률 공포안이 의결됐다. ‘더 센 상법’으로 불리는 2차 개정 상법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집중투표제 의무화·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노란봉투법은 파업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이 골자다. 공포일로부터 각각 1년, 6개월 뒤 시행된다.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4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1세.
A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르마니 그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끝없는 슬픔 속에 창립자이자 창시자, 그리고 끊임없는 추진력이었던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사망을 알린다”고 밝혔다.
‘우아함의 황제’, ‘미니멀리즘의 거장’으로 불렸던 아르마니는 현대 이탈리아 스타일의 대명사로 꼽힌다. 디자이너의 감각과 사업가적 통찰을 결합해 연간 약 23억유로(약 3조7342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패션 제국을 일궜다.
그는 지난 6월 밀라노 패션위크에 처음으로 불참하면서 건강 이상설이 제기됐으나, 이달 열릴 패션하우스 창립 50주년 기념행사 준비에 매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1934년 이탈리아 피아첸차에서 태어난 아르마니는 원래 의사를 꿈꿨으나 밀라노 백화점의 쇼윈도 장식 아르바이트를 계기로 패션계에 입문했다. 1975년 파트너 세르조 갈레오티와 함께 소형차를 팔아 마련한 1만 달러로 남성복 브랜드를 창립했고, 이듬해 여성복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아르마니 제국’은 의류를 넘어 액세서리, 가구, 향수, 화장품, 서적, 꽃, 초콜릿까지 아우르며 100억달러(약 13조933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평생 독신으로 살아온 그는 조카 로베르타와 실바나 아르마니에게 사업 일부를 맡기며 후계 구도를 준비해왔다.
“소설은 언제나 현실보다 좋았다. 엄마한테 맞을까 봐 시장으로 도망가던 날은 동화 속에 나오는 모험을 떠나는 것 같아 흥분되었다. 나는 진짜인 내 삶보다 소설 속 가짜가 좋았다. 그게 내겐 어리둥절한 삶을 소화하는 방식이었다.”(‘오춘실의 사계절’ 중)
가짜의 세계로 향하던 소녀는 어른이 되어 16년째 온라인 서점에서 소설을 파는 MD가 된다. 알라딘에서 한국문학을 담당하는 김효선의 얘기다.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알라딘 본사에서 최근 발표한 에세이 <오춘실의 사계절>을 들고 그를 만났다.
2010년 입사 초기엔 리뷰를 많이 썼다. ‘편집장의 선택’이라는 추천 도서 코너는 입사하자마자 썼다. 첫 리뷰는 당시 출판사들이 앞다퉈 내던 세계문학전집 시리즈였다. 작가 인터뷰도 했다. 2013년 소설집 <달에게>를 낸 신경숙 작가를 만난 일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업무에 가장 큰 변화를 준 건 2014년부터 실시된 도서정가제였다. 온라인 서점들이 해오던 가격 마케팅이 어려워지자 굿즈와 펀딩 등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책을 홍보해야 했다. 최근 알라딘에서는 배수아의 <올빼미의 없음> 리마스터판을 북펀딩했다.
2015년 전후로 젊은 여성 독자들이 유입되며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그는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문단 문학’으로 대표되는 한국 문학의 딱딱한 이미지가 젊어지기 시작했다. 2018년 김초엽 작가가 데뷔하면서 한국 소설에 관심을 갖는 여성 독자들이 더 늘어났다”며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시장이 확실히 커졌다”고 말했다.
일이란 언제나 어려움을 동반한다. 조직 생활의 어려움으로 알코올 중독이 되고 정신과 약 처방을 받는 다. 이 같은 얘기가 에세이 <오춘실의 사계절>에 담겼다.
책은 그의 어머니 오춘실이 165개월을 근속한 청소부를 그만두고 딸과 함께 수영을 배우기 시작하는 얘기다. “내 얘기도 책이 돼?”라는 어머니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책 전반엔 삶이 주는 감동이 파도처럼 울렁인다.
“과수원, 식당, 공장, 병원, 목욕탕, 아파트, 학교 등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40년을 일했다”는 오춘실은 “독하니까 먹고 살았쟈!”라며 앙칼지게 말하지만, 사실 하나도 독해 보이지 않는다. 순박하고 귀여운 어머니는 그저 정직하게 삶을 버텨왔을 뿐이다. 그래서 딸도 “없는 집에서도 곱게 자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움과 사랑 후회와 안쓰러움이 뒤섞인 가족 이야기는 웬만한 소설보다 곡절이 짙지만 “요즘은 수영하는 게 제일 즐거와”라며 웃는 오춘실을 보면 다시 눈물이 뚝 그친다.
적나라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김 MD는 “초고는 지금 책보다 더 무거운 분위기였다. 편집자께서 좀 더 밝게 수영 얘기를 더 넣자고 해 지금 원고가 나왔다. 한 계절의 이야기 당 2개월 쓰고 3개월은 쉬면서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책은 일종의 치료였다. 그는 “문학은 한이 있어야 쓰는 것 같은데, 나는 지금 한이 없다. 글 쓰면서 다 풀었다”고 말했다.
한은 풀었지만 일은 계속한다. 최근 일로 만난 책은 김초엽의 <양면의 조개껍데기>다. 문학은 어린 시절 알 수 없는 세상에서 그를 버티게 하던 힘이었다. 어른이 되어선 독립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밥벌이가 돼 주었으며, 외면했던 상처를 아물게 하고 묵혀두었던 감정을 풀어내는 통로가 됐다. 문학은 그에게 무엇일까.
“권여선의 소설 ‘안녕 주정뱅이’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봄밤> GV에 갔었다. 객석에서 누가 ‘주인공이 힘내서 술을 끊어야지 왜 이렇게 술을 많이 먹냐’고 물었다. 그때 생각했다. 나도 이러고 싶지 않은데 어쩔 수 없이 하는 마음, 그것을 알아주는 게 문학이 아닌가. 그냥 ‘술 끊어’라고 말하는 건 문학의 언어가 아닐 거다. 문학은 ‘나 저 마음 알아’라고 말하는 일인 것 같다.”
▼김효선 MD가 일로 만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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